Jane

Jane (2019)

weekend, Seoul, Korea



기억이 작동하는 과정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기억은 나의 감각에, 타인의 행동에, 더 크게는 사회와 문화 등에 산재하고 있다가, 주체와 만나는 순간 구체적 이미지로 변환되고 이내 사라진다. 변환된 이미지는 재생산되어 다시 우리의 일상을 찌르는 뾰족한 감각으로 남아 다음 발생을 기다린다. 동일한 방법이 아니더라도, 기억은 특정 과거가 현재를 마주하는 불시의 순간에 우리의 피부 위로 재현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였다가 과거가 되고, 과거가 다시 현재로 이어지는 이미지들의 내밀한 역학. 이유성의 두 번째 개인전 《Jane》은 이 역학에 대한 자기만의 접근법을 시도한다.

이유성은 과거로부터 파생되어 현재에 닿는 이미지들이 가지는 구조와 영향력에 중심을 두고 그것을 가시화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 전시의 오브제와 그 표면에 새겨진 것들은 ‘제인’이라는 이름에 엉켜 있는 유동적인 이미지들을 하나의 추상적 묶음으로 만들고 형태를 부여한 결과이다. 이 이미지들은 피어싱, 야자수나 사막이 그려진 엽서, 야생화, 성조기가 그려진 모자, 어딘지 낙관적인 느낌을 주는 두툼한 영어 타입페이스들 같은 구체적인 대상에서 시작하여 오브제에 이미지로써 분명히 등장하거나 은밀히 암시되고 있다. 이유성은 이 구체적 대상들을 ‘제인’에 의해 “간접적으로 각인되었으며, 지금까지 (작가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밀레니엄 시기 미국의 이미지들”이라 일컫는다.

또한 “잘리고, 뿌려지고, 들어올려지거나 접히다시피한” 오브제들이 제시하는 이미지는 시각적으로 뒤엉켜 있으나, 촉각적으로는 명료하다. 이는 우드 크래프트와 영어 폰트들이 연상시키는 두께감, 아크릴과 스테인리스 스틸이 유발하는 뾰족함이 보는 사람에게 시각적 재현을 넘어 촉각적 재접촉을 요청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접촉의 요청은 이를 테면 노스탤지어나 레트로 같은 특정 문화 현상이 가지는 시각성과 질감의 본질을 파악하고 다른 통과점을 생각해 보는 시도이다. 여기서 현재에 소환되는 것은 원래 존재했다가 지금은 부재하는 이미지가 아니라, 처음부터 신원 미상이었던 것의 귀환인 것이다. 그렇다면, 직접 경험된 적 없는 것을 감각하기란 정말로 가능한 일인가? ‘제인’은 이유성과 오랜 기간 떨어져 미국에 살았던 친자매의 이름인 동시에 신원 미상의 여성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대명사이다. 이 구체적 대상들은 이유성의 친자매인 ‘제인’을 경유하여 그에게 닿은 것들이다. 《Jane》은 대답 대신 신원 미상의 기억들이 가지는 날카로움을 내어놓는다.

《Jane》의 기억은 과거의 시간에만 머물러 있다가 불시에 발화하는 식으로 작동하지 않으며, 현재는 과거의 지속적이고 미미한 영향하에 있다. 따라서 특정 과거는 현재를 마주하는 불시의 순간에 우리의 피부 위로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늘상 우리의 피부에 존재하며 현재에 영향을 줌으로써 작동한다. 이유성이 말하는 “관통의 감각”이란 이렇듯 개인의 주변을 부유하는 이미지들을 하나로 엮어 기억으로 만드는 메카니즘의 구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_김나현